자작글-013

새학기

인보 2013. 3. 26. 16:52
 
 새 학기
호 당   2013.3.26
배움의 숲에서 한 해 동안 부엉이 독수리의 
그늘에 밟히면서 지냈다
새봄이 왔다
나무들은 잠에 깨어 제각각 잎을 피우려는데
새 자리매김을 하고 구획을 그어 놓았다
지금까지 속박한 너희와 갈라졌다고 
생각하지만, 문밖은 바닷물로 뒤섞이는걸
그러나 숲 우거진 산에서 살아가자면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벌써 
눈알을 부릅뜨고 큰 소리로 울어대는 
억센 새들이 이 나무 저 나무에 앉으면서 
영역을 넓히려 한다
새봄의 희망이 싹트기 전에 울음 큰 
새들의 힘겨루기가 된 그 숲 속을 
눈비비고 일어나 보면 우뚝 솟은 나무에서 
눈알을 굴리고 노려본다
나는 키 작고 나약한 몸이 숲에서 맘껏 
잎 피우고 꽃 피울 수 있는 내 자리는 없는가
나는 또 그들에 얽매인 빈 배처럼 되었다 
가자는 대로 하자는 대로 고분고분해야 하나! 
자아의 삿대는 저당 잡혔다
넓은 바다를 맘껏 노를 저어야 할 나
굴욕의 배에서 기를 못 펴고 지내야 할 건가 
새 학기 봄날의 햇볕은 따스하게 비추는데 
그늘진 곳까지 못 미치는 볕
어머니의 손길을 뻗쳐 골고루 햇볕 쬐게 하소서
왕따 없는 출렁이는 바다를 맘껏 헤엄치고 싶다
그 숲에 눈알 부릅뜬 부엉이 독수리는 더
순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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