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를 잘못 끼웠어도 첫 단추를 잘못 끼웠어도 호 당 2013.12.18 처음은 몰랐다 닫혀가고 가두어지니 이것이 전부인가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서 막장이 보이는 것 같다 한 구멍이 남았다는 것을 어디인가 뚫렸다는 것을 뚫리면 새는 것을 안다 멋모르고 달려든 첫 단추 달콤한 첫 사랑 첫 출발의 공장 가동 첫 단.. 자작글-013 2013.12.18
건강의 밧줄 건강의 밧줄 호 당 2013.12.17 건강을 붙들어 매려 이 추운 겨울 날씨에도 마다치 않고 발자국을 찍는다 직선보다 곡선이 선을 더 깔렸어 약간 언덕배기를 밟으면 긴장이 팽팽하고 헐떡거려 입안으로 신선한 쾌감이 드나든다 밧줄에 매달리려는 이는 누군가 너절한 잡지 표지 같은 이들이 .. 자작글-013 2013.12.18
남의 속도 모르고 남의 속도 모르고 호 당 2013.12.15 늙은 부부의 생활이 안쓰러워 항상 울타리 벽을 두르고 찬바람 막는데 긴장했었다 비록 한 블록 떨어져 있어도 처가 말뚝에 절한다는 마음은 같은 색깔이다 묵은 쌀로 떡국을 만들면 두고두고 밥 짓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 포대기로 선심 폭.. 자작글-013 2013.12.15
절룩거리는 사람 절룩거리는 사람 호 당 2013.12.14 찬바람 등지고 엇박자로 걷는다 한 손은 부인에 맡기고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 해도 옮기지는 못하는 이 마음은 저 앞서서 나를 잡으라 손짓하는데 양다리는 무거운 생에 짓눌려 마음만 앞선다 내가 세상을 옮기는 날은 한 손 맡긴 것을 찾아서 내로라 호령.. 자작글-013 2013.12.14
기막힌 요행을 바란다 기막힌 요행을 바란다 호 당 2013.12.12 내 심연에 詩 눈을 흩뿌려놓았다 다지고 거름 주고 깊게 갈지도 않고 막 뿌려 놓고 싹터 꽃피도록 기다린다 꽁꽁 언 땅에 詩 뿌리다니 비닐하우를 만들어 습도 온도를 조절하고서나 요행이라도 꿈꾸지 뭐 아무렇게나 긁어대고 복권 한 장 두 장 사서 .. 자작글-013 2013.12.12
전복 전복 호 당 2013.12.12 홀랑 벗어던지고 까발랐다 눈길 끌어모을 한 점 초점 맞추려는 눈동자를 위해 내 기교를 부린다 소금기는 내 천성인데 바다를 벗어나도 할 것 다하고 기교까지 부린다 수놈의 눈이 비뚤어지도록 밤낮으로 오므렸다 펼쳤다 우주를 마셨다 토해냈다 한다 바다보다 육지.. 자작글-013 2013.12.12
겨울 운암지 연 겨울 운암지 연 호 당 20133.12.12 마음은 운암지 가득 채워 날듯 활짝 펼쳤는데 오늘 귓바퀴 얼얼하고 씽씽 몰아치는 바람에 귓속까지 웅크리고 걷는다 기세 좋던 연이 모두 항복하듯 고꾸라졌다 잘못한 것 없이 깊게 자기 반성에 잠긴 연 물 위로 하늘까지 보시하고 물 아래로 자기 몸을 닦.. 자작글-013 2013.12.12
교정을 휩쓴 태백산 바람을 쐰 이들 교정을 휩쓴 태백산 바람을 쐰 이들 호 당 2013.12.11 태백산을 넘은 바람이 교정을 휩쓸어 안겨 몸에 밴 이들이 이 정도 겨울 날씨는 개의치 않아 몇몇이 모이면 고목의 깊은 옹이를 안고 있어도 겉으로는 태연한 듯하다 태백산 바람을 쐴 때에는 팔팔했었는데 세월의 나이테를 이기지 못해.. 자작글-013 2013.12.12
장마에 쓰러진 소나무 장마에 쓰러진 소나무 호 당 2013.12.10 어제까지만 해도 지기 펴고 우뚝 서서 세상을 거머쥔 듯한 기세였다 간밤의 폭우는 사정없이 뒤덮어 쓸어가서 내 푸른 가슴을 비스듬히 기울려 놓았다 산을 지키고 내 주위를 다독여 울창했건만 이 지경에 이르러 울컥 치밀어오는 오기 옆 동네는 물.. 자작글-013 2013.12.10
갈등 갈등 호 당 2013.12.8 겉으로 번지르르한 삼천이, 안으로 곪아 터질 듯한 수렁은 도처에 널려 있다 적어도 음지를 등에 업고 햇볕을 쬐려 몸부림치지만 어디 나를 받아 주는 곳 있나 마음속에 먹물 같은 것이 고여 어디라도 내뱉어내야 시원할 것 같다 피켓 들고 외치는 소리 들으면 나와 상.. 자작글-013 2013.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