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을 휩쓴 태백산 바람을 쐰 이들 호 당 2013.12.11
태백산을 넘은 바람이 교정을 휩쓸어 안겨
몸에 밴 이들이 이 정도 겨울 날씨는 개의치 않아
몇몇이 모이면 고목의 깊은 옹이를 안고 있어도
겉으로는 태연한 듯하다
태백산 바람을 쐴 때에는 팔팔했었는데
세월의 나이테를 이기지 못해 여기저기 누수를
명약으로 틀어막아야 할 버팀목을 갖고 있었다
얼굴을 맞대고 각기 깊게 묻어 둔 무 구덩이를
헐어 내면 생생한 추억의 무가 파란 싹을
내밀고 있어 어눌한 언어로 깎아 무를 씹으면
아삭아삭 시원한 단물을 쏟아냈다
쏟아낸 단물을 서로 교환하면 훈훈한 시간이
훌쩍 지난다
울어낼수록 진한 엽차처럼 알뜰한 정은
따스하게 흘러내렸다
우리는 불확실한 시간을 안고 있었으나
묻어 둔 추억을 무쇠 가마솥에서 끓이면
숭늉처럼 마실수록 구수한 정담이 이어진다
태백산을 거친 찬바람은 우리를 훈훈하게
녹여 주었다
명약의 지팡이에 의지하더라도 올해 겨울을
잘 버텨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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