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에 쓰러진 소나무
호 당 2013.12.10
어제까지만 해도 지기 펴고 우뚝 서서
세상을 거머쥔 듯한 기세였다
간밤의 폭우는 사정없이 뒤덮어 쓸어가서
내 푸른 가슴을 비스듬히 기울려 놓았다
산을 지키고 내 주위를 다독여 울창했건만
이 지경에 이르러 울컥 치밀어오는 오기
옆 동네는 물에 잠기고 떠내려가고 아우성인데
나는 기울어졌을 뿐
이만해도 감사해야지
자연을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따르는 것이야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을
햇볕이 쏘아준다, 지금 기울어진 내 몸 곧
굳건히 일어나 다시 활기 띨 것이다
시련을 겪으면서 커가는 것이야
순리를 따르고 순리 속을 헤쳐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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