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장마에 쓰러진 소나무

인보 2013. 12. 10. 17:49
        장마에 쓰러진 소나무 호 당 2013.12.10 어제까지만 해도 지기 펴고 우뚝 서서 세상을 거머쥔 듯한 기세였다 간밤의 폭우는 사정없이 뒤덮어 쓸어가서 내 푸른 가슴을 비스듬히 기울려 놓았다 산을 지키고 내 주위를 다독여 울창했건만 이 지경에 이르러 울컥 치밀어오는 오기 옆 동네는 물에 잠기고 떠내려가고 아우성인데 나는 기울어졌을 뿐 이만해도 감사해야지 자연을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따르는 것이야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을 햇볕이 쏘아준다, 지금 기울어진 내 몸 곧 굳건히 일어나 다시 활기 띨 것이다 시련을 겪으면서 커가는 것이야 순리를 따르고 순리 속을 헤쳐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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