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치기

그물 치기 호 당 2013.11.12 걸려들라는 것이다 허공을 얽어매고 나는 숨어 망원경을 쓴다 나무 기둥을 세워놓고 얼개로 촘촘히 엮은 그물망을 친다 아무도 망을 탓하지 않지 재수 없는 놈은 아니고 재수 좋은 놈만 걸려들지 잽싸게 얽어 묶는 달인으로 놓치는 법이 없지 그물망에 걸린 어부의 망은 재주 있는 놈만 도망가지 뭐 거미 망은 재수있든 없든 모조리 재수 있는 놈이지 경찰관 검문에 걸린 놈이 왜 저 차는 검문하지 않아 한자리에서 술 파먹었는데 어망에 걸린 것만이야 달아난 고기를 잡으려 하드냐 그물이 흔들려도 내 하루는 흔들리지 않아 허공을 주름잡는 나의 요술에는 재주는 있든 없든 탓하지 않아 통로를 지나는 놈만 낚싯밥 허공에서 곡예는 내 삶의 방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