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퇴행의 발자취

인보 2013. 11. 13. 11:24

퇴행의 발자취호 당   2013.11.12
환한 세상의 TV는 눈을 어지럽힌다
그러던 내가 누구에게 홀린 지 몰라 
나 몸에 이상한 털이 나고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짐승의 울음 같은 것만 
훌훌 내뱉고 밀림 속으로 빨려들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헤맨다
내 눈은 횃불을 켰지만
허깨비만 보인다 
자세히 보니 그들 모두 원숭이처럼 
털로 쌓였고 나와는 통하지 않았다 
막대 칼 창을 휘젓고 또 낚시 같은 
갈고리가 달린 것
돌을 들고 뭐 원시인 그 자체였다
꼼짝없이 그들에 포위되었다
막 달려들어 나는 이상한 사람으로 
그들과 동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손짓 발짓으로 의사를 통하고 굶주린 나 
야릇한 짐승을 뜯어 먹었는데 
나에게도 허락했다
나를 뜯어먹지 않았고 
그들은 불을 쓸 줄 몰랐다
나 신기한 기술로 불을 보여 주었다
왕인듯한 이가 나를 대접했다 
야릇한 소리는 내 가슴을 쳤다
이상한 행동에 나는 그들과 동화했다 
확실히 퇴행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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