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농부
호 당 2013.12.28
땅은 거짓말 없는데
그걸 두고 볼 것인가
80 고령에 너를 품에 안고
씨앗 뿌려 두면 영락없이
보답하는데
날마다 줄어드는 기운
내 등줄기로는 땀 흐르고
햇볕은 펄펄 힘을 뿜어
내 속까지 태워
입안부터 말라간다
밀짚모자 그늘은
내 낯바닥만 가리나
땡볕에 구름은 맥 못 추고
밭고랑을 태우다시피 해도
바랭이 비름은 끄떡없다
풀과 싸워야 곡식이 힘을 펼치지
나도 지친다
땡볕은 사정없고
밭고랑 열기 속에서
*지심과 겨루기 버겁다
땅을 놀리는 것은 죄짓는 거
정직한 땅을 두고
잡풀과 싸워야 하는 늙은 농부.
*지심- 가음(김), 논밭에 난 잡풀의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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