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삶을 붙잡고호 당 2013.12.28보이지 않은 예리한 창살 날아온다내 귓바퀴에 꽂힌 흔적이 붉게 얼어버린 가장 추운 한파주의보 내린 날씨에생에 매달려 종종걸음치는 노파를 봤다허리를 꼬부리고 쫓기듯 걷다가가로수에 기대 ‘후유’ 허리를 펴고서다시 삶을 붙잡고 꼬부랑 걸음 치는 노파예리한 칼날 바람을 뚫고서 보아하니 추위에 넉넉한 장비는 못되고 낯과 머리는 그대로 드러나 있다노파는 처절한 자벌레 잣대 재기를 한다꼬부라진 할미꽃이었을 때를 지나꽃도 씨앗도 모두 날리고이 추운 날 아침을 헤집고 나선 노파는신호에 막힌 자동차가 멈춰 훤해지자 12차 도로를 꼬물꼬물 박음질해서 건너 잠시 가로수에 안도를 맡겨 생을 길게 편다삶은 걸어야 한다 걸음 멈춤이 삶의 멈춤과 이어진다노파는 안다매서운 추위에도 방을 박차고 나와 자식에 짐 되지 않으려 기를 쓰고 걷는다대롱대롱 매달린 삶을 이으려고.
* 단축키는 한글/영문 대소문자로 이용 가능하며, 티스토리 기본 도메인에서만 동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