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닭-1 토종닭-1 호 당 2014.11.7 송사리는 부화하자마자 제 삶을 제가 챙겨 내 삶을 짊어지지 않고 멜빵만 만지작거리는가 반 건달패로 되지 않으려면 짊어져야지 겨우살이 같은 인간이 되려는가 평탄한 길만 찾으려 하지 말라 가시덤불 헤치고 보면 붉은 별도 얻을 수 있어 토종닭은 어디든지 도.. 자작글-014 2014.11.08
도토리묵 도토리묵 호 당 2014.11.1 순 도토리묵이래요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나는 손아귀에 넣으면서 미안한 생각이 든다 사흘 굶으면 담을 뛰어넘는다 도시 골목에서 산돼지를 나무랄 것인가 싹 거두고 욕심 채웠어 함께 살아가는 거야 배고 품의 서러움이 그보다 쓰라린 것 없어 말랑말랑한 도토.. 자작글-014 2014.11.02
나무등걸 (깨두기) 나무 등걸 (깨두기) 호 당 2014.11.1 온전한 몸일 때 수액은 활발했다 눈망울 초롱초롱한 것들이 저마다 만든 밀알을 뿌리에 간직하고 등걸을 둘러싸고 살폈다 늙은 나무는 나이테에 막혀 베어버렸다 등걸로 남아 수액도 양분도 만들지 못한다 그제야 그들은 제법 등걸에 다가오기도 했다 .. 자작글-014 2014.11.02
어머님의 젖 어머님의 젖 호 당 2014.11.1 팔 남매를 키우신 어머님의 젖꼭지 마지막 내 차례에서 바싹 마른 장작 같았다 젖동냥은 태반이었단다 봄볕에 빨래 마르듯 가슴 졸였던 어머님 부실하게 싹 틔운 메마른 밭떼기에 김매고 북돋우고 거름 주고 가꾸었더니 사랑의 젖가슴은 헛되지 않았다 메마른 .. 자작글-014 2014.11.02
가을비 가을비 호 당 2014.10.31 안개 자욱한 계곡으로 우산을 박는다 촉촉하고 싸늘한 시간은 나를 에워싼다 맥없이 떨어진 은행잎이 마지막을 한탄하듯 땅을 깔고 매달린 친구를 울상으로 쳐다본다 사방 좌우로 빗줄기의 세례를 받아도 우산 넓이만큼 거부의 몸짓을 했다 어깨 머리까지 침입은 .. 자작글-014 2014.10.31
무위의 시간 무위의 시간호 당 2014.10.30 가을이 한낮을 달구어 붉은 시간을 쏟는다 젊고 늙은 문자들이 남이 밟고 간 길바닥을 말아간다 푸른 입술이 희망찬 알록달록한 낱말을 풀풀 날린다 검은 반점을 붉은 시간에 거동하려는가 바삭거린 이파리를 맥없이 떨어뜨리고 간다 내 손끝은 풀려나 아무것.. 자작글-014 2014.10.30
윤회란 있을것인가 윤회라는 것은 있을것인가 호 당 2014.10.29 늙은 세월을 한 아름 안고 뒤뚱거리다가 그만 까무러졌다 새파란 소년의 도움으로 깨어났지만 몽롱한 꿈의 세계에서 젊어지고 싶어졌다 지금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모른다 풍요의 올챙이 시절에서 헤엄치고 싶다 세월의 음반을 거꾸로 돌린다.. 자작글-014 2014.10.30
완벽만 선이다 완벽만 선이다 호 당 2014.10.29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그릇종류에 따라 설거지를 하고 일정한 장소에 놓을 것 정 위치에서 기다릴 것 그래야 마음 놓이는 여인 오차보다 직각과 직각을 맞물려 틈새가 없어야 안심하는 여인 내가 보기엔 매우 피곤해 보인다 눈감고도 이 나무 .. 자작글-014 2014.10.29
목욕 바구니 목욕 바구니 호 당 2014.10.26 목욕 바구니는 제 실속을 여자에 고용되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주인에 봉사하는 개처럼 비워내는 곳은 목욕탕이다 벗어야 한다 옷을 벗고 때를 벗고 찌든 마음을 벗는다 바구니는 비어낼 때 기다리는 것, 쉬는 것이다 안락한 소파는 거부하는 몸짓으로 밀어낼 .. 자작글-014 2014.10.26
반추를 하자 반추를 하자 호 당 2014.10.24 소, 염소 같은 짐승만 반추하는 것이 아니다 차원 높은 생활의 반추는 몸 밖에서 필요하다 되새김은 백미러로 비춰볼 수 있다 나는 후시경 後視鏡 없어 그래도 언제나 바르다고 생각에 잠겨 자주 접하는 이는 후시경에서 알아차릴 수 있어 자기 뒤편은 고운 비.. 자작글-014 2014.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