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의 시간호 당 2014.10.30
가을이 한낮을 달구어 붉은 시간을 쏟는다
젊고 늙은 문자들이 남이 밟고 간 길바닥을
말아간다
푸른 입술이 희망찬
알록달록한 낱말을 풀풀 날린다
검은 반점을 붉은 시간에 거동하려는가
바삭거린 이파리를 맥없이 떨어뜨리고 간다
내 손끝은 풀려나 아무것도 움켜잡을 수 없어
무위의 시간이 손가락 틈으로 흘린다
바쁘게 돌던 피댓줄이 그만
세월에 튕겨 구석에 처박혀있다
너도 무위의 시간을 흘리는가
피댓줄의 귀에 다가가 물어보면
손 놓고 있어 자꾸 굳고 녹슬고 구멍 뚫려
무위의 시간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대문을 두드려 봐도 아무도 열어주지 않는다
내 손아귀를 꼭 거머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위의 시간만 흐른다
물든 산을 고개 돌려 실눈 감고
입술 깨물어 봐도 시원한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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