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가을비

인보 2014. 10. 31. 16:01
      가을비 호 당 2014.10.31 안개 자욱한 계곡으로 우산을 박는다 촉촉하고 싸늘한 시간은 나를 에워싼다 맥없이 떨어진 은행잎이 마지막을 한탄하듯 땅을 깔고 매달린 친구를 울상으로 쳐다본다 사방 좌우로 빗줄기의 세례를 받아도 우산 넓이만큼 거부의 몸짓을 했다 어깨 머리까지 침입은 마지노선 빗금은 쉽게 하의를 초토화했다 예리한 억새이파리는 빗금에서 피를 본다 나와 같은 몸짓이 있다는 것은 반갑다 촉촉한 시간에 안개에 절여도 배추 잎은 생생했다 물 위에 기름으로 동동 뜬 부분은 안전하다 연막처럼 자욱한 골짜기에 기를 쓰고 들어간다 굳어지지 말아야 할 부분을 채찍질하려고 메밀묵은 굳어서 제 몸짓을 한다 안개가 온몸을 둘러싼다 한증막에 든 것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나와 같은 골판지들이 더는 퇴색하지 않으려 서로 비벼 굳는 것을 늦추려 한 쾌에 꿰어 공중에 매달고 가을 빗줄기가 등을 밀어내는 바람에 꼬리를 감추기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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