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나무등걸 (깨두기)

인보 2014. 11. 2. 12:05

 
 
나무 등걸 (깨두기)
호  당    2014.11.1
온전한 몸일 때 수액은 활발했다
눈망울 초롱초롱한 것들이 
저마다 만든 밀알을 뿌리에 간직하고 
등걸을 둘러싸고 살폈다
늙은 나무는 나이테에 막혀 베어버렸다
등걸로 남아 수액도 양분도 만들지 못한다
그제야 그들은 제법 등걸에 다가오기도 했다
가끔 봉양도 불쑥 내밀었다
등걸로 남았으나 지난 적이 보람을 느꼈다
등걸은 겉으로부터 썩기 시작하자 표피는 
문드러지고 밑동도 썩어가니 세월이 
그렇게 만들었다
발로 걷어차면 쓰러질듯했다
썩은 등걸은 아는 척하지 않았다
혹시나 짐이 되어 기대면 어쩌나
끊어버리는 것이 최선이야
썩어도 혼자 썩어 걱정하지 마
이대로 한세상 마무리하는 거야.

'자작글-0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종닭-1  (0) 2014.11.08
도토리묵  (0) 2014.11.02
어머님의 젖  (0) 2014.11.02
가을비  (0) 2014.10.31
무위의 시간  (0) 201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