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304

청도 추어탕

청도 추어탕 호 당 2014.10.23아침과 한낮은 한 온 지대한 낯에 두 얼굴로 변장이다단풍이 내 코앞까지 밀려오는데 가만히 앉아 물들을 수 없어 달려가서헛발질이라도 해야 속 시원 하겠다아니면 추어탕의 특유한 향을 두르고 접근을 막아야겠다마음이 살아나면 금방 불붙는다시들한 풀잎에 소나기 만난 것처럼당신을 만나 겁 없던 육체의 시간일 때 곳곳을 휘저어도 잘도 굴러주던 바퀴가 내 생을 계단으로 끌어올려 주었어직각으로 내리쏘는 볕이 지긋이 달구어 검버섯에 날아간 화살 궤적을 찍어준다차창 밖을 내다보며 하이힐이 직립의 종아리가 미끈하여 아름답다는 한마디에 ‘부러워하지 말라 푸른 계절은 지났어’ 지금 우리 앞에 단풍이 밀려오잖아우리는 단풍이 될 수 없어 꽃 같은 시절은 지났지만 꽃대는 싱싱해 꽃집에 있으면..

자작글-014 2014.10.24

늙은 감나무

늙은 감나무 호 당 2014.10.21감나무는 늙는 것을 생각지도 않았다몸짓을 불리는 시간만 내게 있을 줄 알았다왕성한 음표를 가득 담아 잘 익은 인기곡몇 곡은 거뜬히 내놓았다어김없이 세월은 흘렀다풍성한 음표를 익혀 놓으면 회자한다유행이란 잠깐 내리는 소낙비 같은 것내 인기가 여물수록 풍성하고풍성할수록 모두 손아귀에서 흘러갔다지칠 줄 모르는 해님이라 생각했다뿌리로 밀어 올리는 노랫말이 부실하다음표는 듬성듬성 놓여 몸 밖으로쏟아낸 노란 음표는 태워보지 못하고 금방 잿불 속으로 묻혔다쉼표는 길어지고 어울리지 않는 음표로아무것도 꿰어낼 수 없구나활짝 필 때가 아름답고 시들어 쭈그려떨어질 무렵은 추하게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늙은 감나무는 쉼표만 달고 있어부실한 음표로는 손 놓을 수밖에 없어악상도 가사도 음표도..

자작글-014 2014.10.21

화내지 마세요

화내지 마세요호 당 2014.10.16감정은 표출하는 것이다 표출 못 하는 감정은 잠자는 화산이다폭발하면 마그마 같은 것 말고홍시 같은 말랑말랑한 것희로애락은 짐승도 있을까 사과 달린 사과나무가 화를 내면 붉은 멍이 생겨요환하게 웃어 마음 흘리면 감나무는 복스럽게 익어요웃으세요, 마음을 열어보세요, 맑은 바람이 감싸요싸우지 마세요 폭발하지 않은 싸움은 휴화산화산을 폭발하면 제 가슴에 마그마를 쏟아요도가니를 엎지르지 마세요 맑은 냇물에 풍덩 뛰어 식히세요화는 화를 불러와요감정을 피우는 것은 그 사람을 저울대에 올려놓는 겁니다단단한 돌멩이도 화내면 푸석푸석하다 갈라져요돌멩이로 굳은 지조 지켜야죠.

자작글-014 2014.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