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이 가는 길
호 당 2014.10.18
삼색 기온이 뚜렷한 가을
황색을 내리쬐는 낮은
겨울 아랫목보다 다정스럽다
오래 건강한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짓은 욕심일까
순리를 거역하지 말 것
간밤 된서리 세례는 고르게 주었다
깊게 새긴 연잎은 행운의 마감이다
피둥피둥 생 이파리는
삶을 멋모르고 살았을까
아니, 욕망을 더 채우려는가
아직 얼마나 고난을 겪어야 할지 몰라
한 철 다 겪은 거야
고통 없이 질주하다 연료가 다하여
스르르 멈춤이 복이야
연잎을 스쳐 가는 길목에서
파란 연잎을 자세히 본다
임종의 경계에서 몸부림이야
증후는 내게 알리는 게 없어
한 잎 떨어지는 낙엽을
지나칠 수 없어 바라본다
고통 없는 마감으로 보인다
미친바람 한 점 안지 않았어
검버섯 피기에는 너무 건조해
단풍 곱게 물들었다는 말은 거슬려
너무 느슨하게 세월을 흘린다는 말도 거슬려
꼬꾸라진 연잎을 바라보며 있는 나에게
하늘 배회하던 독수리가
순리를 거역 말라 일갈한다
은행잎이 얼굴을 툭 치고
상선약수처럼 흐르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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