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늙은 감나무

인보 2014. 10. 21. 17:08

 

    
    
    
    
    

    늙은 감나무 호 당 2014.10.21 감나무는 늙는 것을 생각지도 않았다 몸짓을 불리는 시간만 내게 있을 줄 알았다 왕성한 음표를 가득 담아 잘 익은 인기곡 몇 곡은 거뜬히 내놓았다 어김없이 세월은 흘렀다 풍성한 음표를 익혀 놓으면 회자한다 유행이란 잠깐 내리는 소낙비 같은 것 내 인기가 여물수록 풍성하고 풍성할수록 모두 손아귀에서 흘러갔다 지칠 줄 모르는 해님이라 생각했다 뿌리로 밀어 올리는 노랫말이 부실하다 음표는 듬성듬성 놓여 몸 밖으로 쏟아낸 노란 음표는 태워보지 못하고 금방 잿불 속으로 묻혔다 쉼표는 길어지고 어울리지 않는 음표로 아무것도 꿰어낼 수 없구나 활짝 필 때가 아름답고 시들어 쭈그려 떨어질 무렵은 추하게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늙은 감나무는 쉼표만 달고 있어 부실한 음표로는 손 놓을 수밖에 없어 악상도 가사도 음표도 침몰하는 노을 같다 늙은 감나무는 이 겨울을 어떻게 버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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