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추어탕
호 당 2014.10.23
아침과 한낮은 한 온 지대
한 낯에 두 얼굴로 변장이다
단풍이 내 코앞까지 밀려오는데
가만히 앉아 물들을 수 없어 달려가서
헛발질이라도 해야 속 시원 하겠다
아니면 추어탕의 특유한 향을 두르고
접근을 막아야겠다
마음이 살아나면 금방 불붙는다
시들한 풀잎에 소나기 만난 것처럼
당신을 만나 겁 없던 육체의 시간일 때
곳곳을 휘저어도 잘도 굴러주던 바퀴가
내 생을 계단으로 끌어올려 주었어
직각으로 내리쏘는 볕이 지긋이 달구어
검버섯에 날아간 화살 궤적을 찍어준다
차창 밖을 내다보며
하이힐이 직립의 종아리가 미끈하여
아름답다는 한마디에 ‘부러워하지 말라
푸른 계절은 지났어’
지금 우리 앞에 단풍이 밀려오잖아
우리는 단풍이 될 수 없어
꽃 같은 시절은 지났지만
꽃대는 싱싱해 꽃집에 있으면 꽃눈을 틔울 걸
내가 헛발질이라도 해보려 바퀴를 굴리고 있어
슬쩍 어깨에 앉은 단풍을 획 불어 날려 보냈다
추어탕의 향은 변치 않았어
산뜻한 향이 너절한 시간을 팔딱거리게
치켜 새워주고 있잖아
피아골 성삼재 오를 때 밀고 당기고 하던
정력의 시간은 변한 것 없어
추어탕 향에 얽혀 코를 적셔 뭉클뭉클해진다
이만하면 만족하고 있어야 해.
산은 단풍이 물들어도 우리는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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