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요구르트 파는 여인

인보 2014. 10. 22. 17:10


 

      요구르트 파는 여인 호 당 2014.10.22 매일 일정한 시간은 그의 가슴팍에 맺힌 흑점 매일 일정한 장소는 그의 얼굴에 맺힌 사마귀 한 점 오늘의 할당량은 소화 못 하면 소화제로 소화해야지 나의 생활에서 근 10여 년을 제복이 나를 옭아맸다 몸을 짓누른 넓은 챙 모자와 손수레는 천직의 도구 요구르트 우유 배달과 판매는 내 가족의 젖줄이다 나의 궤도는 한정된 노선버스와 같다 거미는 여기저기 올가미를 쳐놓고 망보면 그만이지만 나의 망은 배정받은 아파트에 거미줄을 치고 나만의 눈도장일 뿐 구두닦이는 구두만, 미용사는 머리카락만 시선을 긋지만 나는 단지 내 자가용족 조무래기에 긋는 시선은 풍선으로 날아갈 뿐 삶에 거미줄 못 치고 새끼들 학비에 날개 활짝 펼 날이 없다 여름은 아파트 수목 아래, 겨울은 관리실 입구 공간이 하루를 버틸 의자가 된다 소화불량에 가슴 졸여도 종일 북 박이 되면 내 오금이 오그라진다 단지 내 배달은 금방 끝나면 하염없이 기다리는 게 멀리 일 떠난 남편 기다리는 것보다 더 간절하다 받아온 양만큼 내 맘은 그만큼 무거워 가벼워질 날이 드물다 오가는 사람의 이마에 애틋한 시선만 쏜다 산다는 것 참고 견디는 것이다 요구르트는 더 숙성하지만 나는 조급한 마음만 뽀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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