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수가 줄어들었다
호 당 2014.10.14
늙은 치마들이 모이면 울림(反響) 없는 낱말이 풍성했다
최고령인 비녀는 요사이 한차례 우울한 회오리바람
맞아 말을 쏟던 혓바닥이 바삭거리게 하였다
많던 말 수가 심한 고뇌의 가물을 겪고 있다
긴 대롱을 꽂아 보충했어도 입술을 꼭 닫았다
그늘 밑에 떨어진 말의 조각을 주워 입에 불고
킬킬거리고 책갈피에 꽂아두기도 했다
떨어뜨린 입술들은 노을이 묻어도 정답기만 했다
둘러앉아 각기 낱말카드를 풀풀 날려 생의 붉은 고뇌를
떨어내면 시원하게 느끼지만
그중 딱 하나 늙은 버선만 무심의 밤길에서
입술을 봉하고 방황했다
늙은 검버섯은 험한 길 걸어 이곳까지 왔는데
한결같이 말의 껍질에는 고뇌의 반점이 없는 것이 없다
같은 계절을 맞지만, 그녀에겐 실어증을 안고
고추 말린 멍석을 돌돌 말아야 할 시간을 맞았다
활발하던 미꾸라지 쏙쏙 잘도 빠져나가던 말꼬리가
나무늘보보다 더 어눌하다 못해 말문 닫고
꼬리 늘어뜨리고만 있다
평생 양 떼가 되어 종탑의 그늘에 매달려 오르려는
길목에서 서리 맞은 고춧잎이 되어버렸다
입술도 귓바퀴도 얼어 싸늘하고 눈마저 흐릿해졌다
안면으로 회색 페인트가 줄줄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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