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침묵의 연못

인보 2014. 10. 12. 09:34
      침묵의 연못 호 당 2014.10.11 바람 불어야 할 시간은 이곳에 오면 잠들고 만다 뒹굴고 수다 떨고 깔깔거리고 싶지만 여기 들면 출렁거리던 연못은 조용하다 파랑 하나 일지 않는다 간혹 개구리 같은 철없는 것들이 풍덩 뛰어들거나 교양 없이 또각 거리고 짝짝거려 입을 비트는 물방개 같은 것이 파랑을 일으키지 그때는 일제히 눈총을 쏜다 손끝에 닿은 곳은 활자의 밀림 그가 뿜는 피톤치드에 취하면 입은 다물고 눈만 굴리고 소리 없는 녹음테이프가 재생만 해도 모두 침묵으로 해독하지 침묵의 장막을 벗기고 밖을 나서면 세상이 출렁거리게 해도 아무도 눈총은 없다 상선약수도 재재거리며 흐른다 여기에 이르면 침묵이 가장 높은 덕목임을 안다 연못에 사는 생물은 살아남으려는 방법이 다르다 재생을 목적으로 복사나 대출은 삶을 더욱 기름지게 하는 것이다 호들갑을 떨어도 시간과 장소를 안다 분위기를 안다 침묵의 연못에는 전깃불은 장식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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