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푸른 희망을 안은 오후

인보 2014. 10. 9. 18:00

      푸른 희망을 안은 오후 호 당 2014.10.9 맑은 가을날 오후는 아랫목보다 포근하다 지긋이 지문까지 누르는 맑은 대지의 기운이 꽃봉오리에 푸른 희망을 부풀게 한다 부푼 푸른 정기가 철철 넘치는 암수 꽃봉오리가 걸어간다 볼록한 것은 젊음의 상징이다 맞잡은 손으로 차디찬 얼음이라도 녹일 뜨거운 전류가 콸콸 흐른다 예측할 미래 따위는 거추장스러운 사치다 지금 이 시각 너를 함께하는 것이다 불꽃 틔는 눈망울은 푸른 숲이 뿜는 피톤치드로 얽힌다 나는 옥시토신을 막 쏟아내 너를 칭칭 감는다 정오를 훨씬 지난 가을 햇볕이 우리를 달군다 우리는 더 붉게 더 뜨겁게 필칠 거야 무쏘의 용맹처럼 앞을 떠 박고 달릴 거야 길가에 짓밟힌 질경이처럼 끈질기게 뿌리 내려 메마른 보도블록 틈 사이에도 거뜬히 씨눈 틔울 거야 아무도 우리의 열망에 돌팔매질 않는다 대지의 기운이 맑디맑은 가을 햇볕이 우리 등을 밀어준다 꽃봉오리 펼치면 향기 골고루 뿌려 줄 거야 희망의 날개를 공중으로 솟구치는 가을날의 오후 꽃봉오리 한 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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