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헌 구두

인보 2014. 10. 10. 19:09
    
    
      헌 구두 호 당 2014.10.10 그 도랑물을 건너오기 전에는 권력은 손에서 입에서 막 휘둘렀다 도랑을 건너고부터 끈 떨어진 구두가 되어 한풀 꺾여 버렸다 전에는 정한 궤도에서 고지를 기어 올라갈수록 권력을 쌓여 큰 호령에 아래 계단은 조아렸다 끈 떨어지면 풀죽어 그래도 구두는 걸어야겠다 굽실거리고 대접받던 구두는 반들반들 윤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반겨줄 이 드물고 내 손으로 구두를 손질하고 찾아가는 곳은 헌 구두만 우글거리고 헛심만 토해서 울림 없는 메아리가 사라지지 않으려 바동거립니다 헌 구두는 권력을 잃어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는 것은 사치입니다 간 건너기 전에 마음을 많이 나누어주고 어루만져 준 구두는 지금 부드러운 시선을 그어 그 위에 덧칠해 줍니다 그의 입에서 누런 단풍잎을 풀풀 날리고 있습니다 서리 맞고 찬바람 획 불면 구두는 뒤창이 떨어져 나가 쓰러집니다 쓰레기봉투에 들기 전에 편안한 길을 닦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자작글-0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침묵의 연못  (0) 2014.10.12
        툭 떨어졌다  (0) 2014.10.10
        푸른 희망을 안은 오후  (0) 2014.10.09
        미련 못 버리는 미련한 대가리  (0) 2014.10.05
        엄살떨다  (0) 2014.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