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연못 침묵의 연못 호 당 2014.10.11 바람 불어야 할 시간은 이곳에 오면 잠들고 만다 뒹굴고 수다 떨고 깔깔거리고 싶지만 여기 들면 출렁거리던 연못은 조용하다 파랑 하나 일지 않는다 간혹 개구리 같은 철없는 것들이 풍덩 뛰어들거나 교양 없이 또각 거리고 짝짝거려 입을 비트는 물방개 같은.. 자작글-014 2014.10.12
툭 떨어졌다 툭 떨어졌다 호 당 2014.10.10. 단잠을 깬 유리창이 열자마자 툭 떨어졌다 떨어진 것은 낙방이다 , 사자의 훼방이다 산산이 깨진 유리조각이 내 맘을 깨 흩어졌다 바라 본 안 비둘기는 부리를 쪼아대며 낙엽을 주어 붙이려 파닥거렸다 둥근 시간을 돌던 마음이 갑자기 끈이 끊기자 앞을 이을 .. 자작글-014 2014.10.10
헌 구두 헌 구두 호 당 2014.10.10 그 도랑물을 건너오기 전에는 권력은 손에서 입에서 막 휘둘렀다 도랑을 건너고부터 끈 떨어진 구두가 되어 한풀 꺾여 버렸다 전에는 정한 궤도에서 고지를 기어 올라갈수록 권력을 쌓여 큰 호령에 아래 계단은 조아렸다 끈 떨어지면 풀죽어 그래도 구두는 걸어야.. 자작글-014 2014.10.10
푸른 희망을 안은 오후 푸른 희망을 안은 오후 호 당 2014.10.9 맑은 가을날 오후는 아랫목보다 포근하다 지긋이 지문까지 누르는 맑은 대지의 기운이 꽃봉오리에 푸른 희망을 부풀게 한다 부푼 푸른 정기가 철철 넘치는 암수 꽃봉오리가 걸어간다 볼록한 것은 젊음의 상징이다 맞잡은 손으로 차디찬 얼음이라도 .. 자작글-014 2014.10.09
미련 못 버리는 미련한 대가리 미련 못 버리는 미련한 대가리 호 당 2014.10.5 딱딱한 산허리를 옛날식 도구로 굴을 뚫으려 하는 미련한 곰은 끈기로 버티지만 물이냐 흙이냐 가늠하지 못하면서 미련한 대가리는 보이지 않는 여의주 한 알 잡으려 한다 허겁지겁 모진 땅을 파고 들어가다 뒤돌아보면 헛바람이 불어 땀을 .. 자작글-014 2014.10.05
엄살떨다 엄살떨다 호 당 2014.10.4 포근한 겨울인데 벌벌 떠는 물푸레나무가 있다 바람은 잠잠하고 누가 매를 들고 겨누었을까 나는 그 주위를 맴돌고 살폈더니 엄살을 떨고 있었다 진정하라며 어린아이처럼 쓰다듬었다 새매에 놀란 참새처럼 벌벌 떠는 그를 포근히 안아주었다 마음이 진정되는 듯.. 자작글-014 2014.10.05
홀몸 노인 홀몸노인 호 당 2014.10.2 아들딸이란 낱말을 지우개로 지워버렸다 “쌍”자도 지워 버렸다 종신이라는 선고를 받고 벽 없는 감옥 생활 꽃잎이 탈옥하듯 담 넘어간다 바람이 휩쓸어도 혼자 맴돌아도 바짝 마른 이파리 낱개로만 뒹군다 열 개의 손가락이 서로 다투다가 먹을 것 움켜잡는 일.. 자작글-014 2014.10.03
짙은 안개 짙은 안개 호 당 2014.10.3 짙은 안개는 교통사고만 끌어내는 것이 아니다 안개의 장막을 치고 고통을 안기는 검은 입술이 있다 저 함성을 들으라 양가죽 주인은 짙은 안개로 연막치고 혹사했다 겨우 목 적실만큼 급수 給水는 생계를 위협했다 사람답게 살 수 있게 안개 걷어다오 안개 가린 .. 자작글-014 2014.10.03
흘려보낸다 흘려보낸다 호 당 2014.10.2 내 무릎 밑을 거쳐 운동화 세 켤레는 흘러갔다 벅차게 닳도록 돌고있어도 늙은 고무신 한 켤레는 그저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다 그것이 순리라 생각했다 사람들은 각각의 방향으로 돌아 흐르고 있지 우리 부부는 시계방향으로 돌고 있어도 언제나 구시렁거리며 .. 자작글-014 2014.10.03
바위를 뚫어 '가자를 집어 넣겠다 바위를 뚫어 ‘가’자를 집어넣겠다 호 당 2014.9.30 원래 땅속에 있던 것이 지상으로 나온 지 6, 70여 년 묵은 바위가 검버섯에 녹이 바싹 슬었다 ‘가’자 읽지 못한다고 원숭이를 나무라는 것보다 내가 내 얼굴에 침 뱉기가 더 쉬울지 몰라 백지 위 까만 낱자가 아무렇게 흩어진 것을 정렬.. 자작글-014 2014.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