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바위를 뚫어 '가자를 집어 넣겠다

호당의 작품들 2014. 9. 30. 17:23

    바위를 뚫어 ‘가’자를 집어넣겠다 호 당 2014.9.30 원래 땅속에 있던 것이 지상으로 나온 지 6, 70여 년 묵은 바위가 검버섯에 녹이 바싹 슬었다 ‘가’자 읽지 못한다고 원숭이를 나무라는 것보다 내가 내 얼굴에 침 뱉기가 더 쉬울지 몰라 백지 위 까만 낱자가 아무렇게 흩어진 것을 정렬하면 편하게 밟고 쏜살같이 지나가게 하고 싶었다 오래 묵은 바위에 정으로 구멍 뚫으려 망치로 두드렸다 약간 흠이 난 것 같은데 다음날 흔적 없이 시치미를 뗐다 20개 낱자를 늘어놓고 밟아 왕복운동을 시켰다 금방 지친다 나보다 먼저 머리통을 친다 나에게 수치스러운 것은 빨리 잊는 것이 좋고 기쁜 수상거리는 새겨 두는 것이 좋은데 멀지 않은 곳에 한번 왕복한 길을 재차 못 찾아가면 돌 바위를 두드려도 나무라지 않겠다 오랫동안 녹슨 냄비를 문지르고 닦아 반짝반짝할 날만 기다리는데 녹물만 쏟고 있는 것을 보니 바위가 뚫릴 징후가 보인다 그날을 위해 정을 쫓고 돌가루를 덮어쓰고 눈에 튀어들어 안과를 찾아도 마다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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