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흘려보낸다

인보 2014. 10. 3. 17:00


흘려보낸다
호 당   2014.10.2
내 무릎 밑을 거쳐 운동화 세 켤레는
흘러갔다 
벅차게 닳도록 돌고있어도
늙은 고무신 한 켤레는  
그저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다
그것이 순리라 생각했다
사람들은 각각의 방향으로 돌아 흐르고 있지
우리 부부는 시계방향으로 돌고 있어도 
언제나 구시렁거리며 속도 차를 내지
하루 한 번의 포옹이 가장 신 나는 하루
창을 뚫고 거실까지 찾아온 해님
노부부를 쓰다듬는데 각도는 달라서
편애하는가 봐
내자의 가슴에 *옥시토신을 흘려보낸다
한 번의 입맞춤에 *페닐에틸아민을 흘린다
꽃 같은 시절은 흘러갔는데 
그리워하지 말라
흐르는 속도는 모두 달라
병원의사는 아직 새파란 이파리가 많다 했다
이파리에 멍이 들고 벌레 먹은 자국이 
수두룩하다 했더니 그 정도는 약과라며
너무 느리게 흐른다고 칭찬했다
우리는 바쁠 것 없어 
천천히 여유롭게 세월을 맛볼 것 차리고
흘려야지. 
*oxytocin:사랑의 호르몬
**phenyi ethlamnine: 사랑할 때 일어나는 호르몬의 일종
      행복과 쾌감을 일으키는 호르몬

    '자작글-0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홀몸 노인  (0) 2014.10.03
    짙은 안개  (0) 2014.10.03
    바위를 뚫어 '가자를 집어 넣겠다  (0) 2014.09.30
    하얀 모래 운동장  (0) 2014.09.29
    우주세계에서 살아갈 것이다  (0) 2014.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