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칸막이는 자존심의 상징

인보 2014. 9. 26. 17:04
    
    
      칸막이는 자존심의 상징 호 당 2014.9.26 일정한 시간에 맞추어 창문을 열면 검버섯들이 짙은 먹물을 뿌리고 어눌한 파동이 친다 묵향의 껍데기를 한 꺼풀 벗기면 저마다 검버섯 향은 달랐다 껍데기는 칸막이하고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자존심으로 도배해 놓았다 껍데기 안은 희뿌옇게 뜬 얼굴에 베인 자존심 시력이 먼 눈동자를 마주 맞추는 법이 극히 드물다 워낙 자존심을 둘러싼 껍데기가 진하게 굳어 함부로 들어내는 것은 계단을 내려가는 일이다 창문 안의 흐릿한 눈동자들 저마다 꽃같이 화려한 시절에 씨앗 심어 굵은 알맹이 매달고 지금도 힘차게 뻗고 있으면 그럴수록 칸막이를 단단히 한다 한 발 가까이 가면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네 검버섯 냄새를 맡기 싫다는 심사 검버섯 냄새는 조금 다를지라도 자존심의 냄새는 조금 희석하면 편하게 더 맑은 물에 같이 헤엄칠 걸 칸막이 열고 검버섯 냄새 같이 즐기면 편할 걸 노을이 바싹 다가와서 검버섯에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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