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나는

인보 2014. 11. 11. 19:16

 
나는-1 호   당       2014.11.11
나는
그 길 잊을까 봐 매일 걷는 어눌한 낱말
재봉틀 실꾸리에서 뚝 떨어져 나간 실오리
긴 여정을 너무 많이 흘려보낸 다 헤어진 
고무신
비가 줄줄 세는 초가집
문구멍 숭숭 뚫려 찬바람이 찾아드는
싸늘한 방바닥
이만큼 밥그릇 비워냈으니 
걷어치워도 원통치 않아
80 고개 넘기까지 색채는 각기 달랐다
허기져서 꼬꾸라졌다가 쑥떡 먹고 일어나서
화약 연기에 휩쓸려 백마고지에서 고생했지
온 나라가 출렁거리고 연일 함성이 이어지다
사라진 뒤는 평온하여 배 두드리며 지냈지
외국 풍경이 발끝으로 지나갔지 꿈같은 별나라
소식도 TV에서 듣고 이만하면 용하지
반갑게 맞는 말 발끝에 차여 쓰러진다
골방에 갇힌 멍멍이가 귀먹어 짖어도 
헛소리 울림이 없어
구멍마다 누수를 걸레질하기 바빠
단풍이 툭툭 떨어진다 
아무나 무심히 밟고 지나간다
아무도 울지 않아
잘 먹고 잘 쉬었다가 공중으로 
날아 사라지는 새 한 마리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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