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호 당 2014.12.29
민숭민숭한 나무가 잎이 포독 포독 돋는다
나는 일찍 봄이 다가온 것인지
단발머리 그의 집 뒤 감나무는 눈을 뜬다
그의 집 앞을 지날 때면 옷매무시를 고치면
때맞추어 꾀꼬리 소리 듣기를 바랐다
같은 교실에 있으면서 뒷모습에 취하여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 맘속에 자리 잡은 예쁜 얼굴에 다가갈
용기는 마른 도랑에 그리움만 흘렀다
밤이면 달이 떠오른 모습에 가슴앓이했다
민둥산에 어느덧 잔솔이 소복소복 자라고 있었다
수캐는 멀리 있는 암캐의 향을 맡고
달려와서 구애한다는데
나는 그런 용기도 없는 사춘기였다
넓적 돌에 깔려 밖으로 뻗지 못하고
노랗게 제자리를 감아 도는 풀과 같아
누가 걷어내어 징검다리 놓았다면 밖으로 나와
그의 초롱초롱한 눈빛만이라도 받아 푸르게
솟았을 것을
감꽃 피어 열매 달리더니 어느덧 홍시가 되었다
연애 바람 날리거나 쐬 보지 못하고
강물처럼 흘러갔어도 그리운 사춘기는
향수와 함께 가슴에 묻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