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아 잘 가라
호 당 2014.12.31
갑오년의 이파리가
단풍들어 떨어진다
내 꿈을 매단 것도
익지 못하고 사라진다
누구나 꿈이 없겠느냐만
여물지 못한 것아
사라 저라
내 백지에는 구멍 뚫린
거미집 같은 구절만 얽혀
정렬할 수 없는
조잡한 것만 걸려있다
발효도 되지 못할 것들이다
시쿰한 시어는
가당찮은 은유로 숨어
비유나 상징어도
근접하지 못한 것들을
내뱉어 낸 것들이 사라진다
갑오년에
달고
쓰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낙엽 된 갑오년의 이파리를
떠내려 보낸다
그리고 잊는다,
잘 가라
가슴이 아리다.
존경하는 선배님 건강과 안녕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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