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기
호 당 2014.12.26
문지기는 충실했다
근무환경에 대한 불평 없이
자기 몸을 불태웠다
말을 척척 듣는 열쇠보다
더 믿음직스러워
충실한 사냥개라 생각했다
출입을 놓치지 않고 즉시 점검해서
‘닫히고, 열림’을 말로 보고했다
가는 세월에 그도 늙어 입 다물었다
보고는 침묵해도 창과 방패로서 모순에
충실했다
오랜 세월에 출입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외부에서 치한이 마음만 먹으면
해독은 가능했다
이빨 빠져 헛김이 세는 것 같다
때우고 메우고 새로운 암호를
심었으나 해독이 어눌했다
내가 너무 혹사했다
그만 폭 쉬어도 돼
교대 근무는 순리야
늙은 사냥개는 젊은 똥개보다 못해
젊은 사냥개로 문지기로 대신했다
충실한 모순을 지고 창과 방패를
알맞게 사용해다오
너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