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구절초

인보 2020. 9. 26. 00:22


구절초/호당.  2020.9.25
찬 서리 거뜬히 이겨 
내 욕망 한 뭉치 피워냈다
이름 모를 후미진 곳
그간 맘 졸였었다
삶이 어찌 평탄만 있으랴
삶의 외부는 모두 견뎌야
내가 산다
태풍 지나갈 때까지 
누워 기다린다
산새들 우짖어 힘 실어주었고
선한 바람 어루만져 주었다
내 생에 가장 꽃피는 시간을
아무도 봐주지 않아도 좋아
하늘이 알고 산새가 알고
이만하면 됐다고 자부한다
이름 없는 풀꽃은 모두
그렇게 살아 
한 세상 잘 살아 
꽃 피운 구절초.

'자작글-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칠곡 마을 버스  (0) 2020.09.26
행여나  (0) 2020.09.26
꽃 피는 동안  (0) 2020.09.24
어린이  (0) 2020.09.23
산 넘어 산  (0) 2020.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