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숙맥

호당의 작품들 2023. 9. 9. 10:32


 




숙맥 菽麥 //호당/  2023.9.9

쓸모 있는 나무는 재목 되어 베고
쓸모없는 나무는 타고 난 수명을
누린다*
많은 나무 중 
쓸모없는 나무 한 그루
오래 살다 보니
밤꽃 향기 퍼져 맘껏 맡을 때
가장 왕성한 적도 있었다
향기 지자
콩과 보리가 한 솥에서 
서로 잘났다고 아웅다웅한다
숙맥을 알아차린 것은 
쓸모없는 나무가 
오래 산다는 것을 느낄 때다
숙맥을 감각으로만 알아차린
청맹과니가 시를 쓴다고 
밤잠을 설치니 수명을 누린다


*장자 2편 ‘산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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