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호당/ 2023.12.19
좀 늦은 나이에 입대한 나
처음 부대 배치 받고 첫날밤
내무반 불침번 보초를 명한다
새내기를 믿고 잘 자는 선임자들
연병장에서 선착순 엎드려뻗쳐
원산폭격 이런 과격한 체형이
닥칠 내일을 걱정 말고 잘 자라
신병 6명이 교대로 불침번 서고
두고 온 애인은 이맘때 달콤한
꿈을 꿀까? 나처럼 명상에 잠길까
이윽고 새날이 밝았다
선임하사의 호출
간밤 신병 불침번은 어떻게 했기에
내 지갑이 사라졌다
날벼락 같은 도둑으로 몰다니
한 명씩 대면하며 다그친다
신병 첫날밤이 범인으로 취급받는다
드디어 연병장에서 엎드려뻗쳐
자수하라
말이 없다
원산폭격, 선착순, 뺑뺑이 돌기,
요것 보라 실토하라는데
이번에는 야구 배트로 마구 갈긴다
궁둥이가 으스러지는 듯하다
신병 첫날은 너무 가혹하다
무고한 죄는 풀리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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