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던 순자 / 글 논골
"얘 순자야~~
순자야~~
이 지지배가 밥 처먹고 디질머리 워딜갔댜~~"
점심 먹자 마자 동네 아이들과
줄넘기 하러 간 순자
해질무렵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이 육실헐년아 집구석에 좀 붙어 있어 이것아
밥 처먹으면 설겆이도 허고
언네 좀 봐줘야 될 꺼 아녀
이 주럴년아"
"엄마는 맨날 나만 가지구 그려
언니두 있는디"
"이지지배가 워따대구 말대꾸 허구 지랄여 이년이
어이구
저것이 원제 철들라나"
세월은 무심히 흘러
엄마의 이마엔 주름이 가득하고
그 철없던 순자는 이제 시집가서
열 살 배기 딸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엄마 생신날 친정에 온 순자는
딸년이 말 안들어서 죽겠다고
엄마에게 하소연을 한다
"그 애미에 그 딸이지
그럼 니는 엄마 말 잘 들었니?"
순자는 엄마의 어깨를 주무르며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모처럼 모녀간의 정을 나눈다
"우리 엄마도 많이 늙었네"
"니년은 안 늙을 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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