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안길
호 당 2008.1.19
분필 묻은 손으로
채찍 들고
양떼를 몰았다
밤을 새워 양떼를 키울
묘책을 궁리하고
묘안을 짜고
머리 굴렀다
새벽 종소리에 맞춰
양떼를 몰고
산으로 들로
먹이 찾아 준 손이
그토록
긴 세월 붙들고
분필 쥔 손이
이제
말끔히 씻어버린 뒤안길
양떼를 물려준 외양간을
깨끗이 씻어
고뇌의 생각들을 날려
깊은 산중 메아리로
숨겨 두었으니
만년필은 녹슬었다
그토록 사랑하던 양떼
그리움으로 묻어두고
떼 지어 들길 걸으면
12 철 꽃들만 반겨주었다
꽃이라도 반겨주니
실컷 어르고 구경해야지
저녁놀이
붉은 울음 토하며
사라진 뒤안길은
어둑어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