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8

식어가는 사랑

인보 2008. 3. 15. 18:32

 
식어가는 사랑 
호 당  2008.3.15
시커먼 부엌 아궁이는 
닥치는 대로 태워버리는 
활활 타오른 활화산이다
잘 익은 욕망은 물론
물에 절인 욕망까지도 
단숨에 삼켜 태워버렸다
태울수록 쌓이는 붉은 사랑이 
태우지 않아도 잉겅불로 남는다
태풍에 쓰러지고
우박에 찢기고
겨우겨우 헤쳐야 
깊숙한 잿불 속에
가물거리는 불씨로 침묵한다
불씨를 살리려 
당근을 주어도
겨우 반짝인다
아직도 
무엇이든 
태울 수 있는 이빨인데
쉽게 망가지는 푸른 이빨들아
깨지지는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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