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2

지하 상가를 가가

인보 2012. 12. 2. 08:54


 

  
지하 상가를 가다 
호 당  2012.12.1
겨울바람이 귀를 찌른다
지상의 군상들이 생존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입을 크게 벌린 하얀 이빨을 밟고 아래로  
빨려 들어간다 
거기 지하는 뱃속 같은 곳이 소시민의 
각축전 터전이다
햇볕에 숨어서 갖가지 기억들이 저마다의
방식에 따라 삶의 가지를 흔든다
상가에서 뿜는 소화 효소의 세례를 받는다
오장육부의 방을 샅샅이 뒤지며 그들은 조금씩
서로 빠져들고 있다
힐끔 눈요기하고, 스치고, 붙잡히고, 입씨름하고,
움켜잡고, 
그러는 동안 삶의 전사는 항문으로 밀려간다
세상살이가 쓸개즙만큼 쓰려 쉽게 생각할 일 
아니야
그래도 지하에서 지열과 같은 따스한 마음 
품었다면 마지막까지 움켜잡거나 못 했어도
그만큼 아름다운 생각을 지닌 것이다
항문을 통과하거나 역순 하여 계단을 올라 
입 밖으로 나오거나 햇볕을 안아도 
삶의 마당은 톱니바퀴처럼 돌고 거미줄처럼 얽혀
쉽게 볼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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