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겨울나기
호 당 2013.2.4
혹독한 추위를 피해
방공호에 대피하듯 했으나
늙은 호박 몇몇은 얼어 터지고
허리가 문드러지고 침상에서
고통과 함께 뒹굴어야 하는
것들이 찬바람 맞은 고구마 같다
생생한 호박 몇 덩이는 눈알이
반들거리고 있어 무척 반가웠다
그러나
몇 개는 놓여있어야 할
그 자리가 비어 허전하다
입춘은 그들을 녹여주지 못했을까
자꾸만 오그라드는 호박 몸뚱이에
이곳저곳에 검은 점이 박혔을까
한파에 젖은 뱃심이 쪼그라진다
생생한 호박이 반들거리며 다가왔을 때
빈틈이 꽉 밀착하여 느슨했던 마음이
한통속에서 바글바글 끓기 시작했다
무사히 겨울을 흘리는 호박 몇 덩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