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호박 겨울나기

인보 2013. 2. 5. 08:36
      호박 겨울나기 호 당 2013.2.4 혹독한 추위를 피해 방공호에 대피하듯 했으나 늙은 호박 몇몇은 얼어 터지고 허리가 문드러지고 침상에서 고통과 함께 뒹굴어야 하는 것들이 찬바람 맞은 고구마 같다 생생한 호박 몇 덩이는 눈알이 반들거리고 있어 무척 반가웠다 그러나 몇 개는 놓여있어야 할 그 자리가 비어 허전하다 입춘은 그들을 녹여주지 못했을까 자꾸만 오그라드는 호박 몸뚱이에 이곳저곳에 검은 점이 박혔을까 한파에 젖은 뱃심이 쪼그라진다 생생한 호박이 반들거리며 다가왔을 때 빈틈이 꽉 밀착하여 느슨했던 마음이 한통속에서 바글바글 끓기 시작했다 무사히 겨울을 흘리는 호박 몇 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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