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호 당 2014.1.12
내가 길들인 악어를 끌고 나오려한다
하강 계단을 밟을 때 꼬꾸라질까 봐
비뚤거릴까 봐 벽의 안내와 부축을 받는다
출렁다리를 건너는 것은 불안스럽다
내 관절을 과부하에 조금만이라도 주리려
비스듬히 쓰다듬으면서 내린다
하강할수록 깊은 바닷속으로 스며드는 듯
빛으로 뻥 뚫린 바다에서 악어 떼가 우글거린다
얌전히 입 다문 악어들 사이를 거쳐
내가 맡긴 악어는 얌전하다
여기 악어떼는 길들어 질서를 지킬 줄 안다
입다문 악어 잇발에 나와 통하는 금속성
자극을 받고 입을 열고 그속에 들어가서
잇발을 조절하면 내 뜻대로 방향을 바꾼다
악어의 무리는 일제히 시선을 돌려 부러운 듯
선망하면서 주인 오기만 기다린다
굶주린 악어에게 가끔 먹이를 주고 훈련을
시켜야 고분고분 말 듣지
깊은 잠이 들면 장기는 그만 녹슨다지
지하주차장은 악어 떼의 보금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