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호 당 2014.1.11
형광등 밝게 켜 놓고 소파에서 뒹굴었어
남편도 나도 신이 나서 씩씩거렸지
어젯밤을 깡그리 잊고 말았지
소파는 침대보다 가장 안락을 주는 곳인데
그것을 잊다니 흙 묻은 발로 소파의 등을
밟아서는 안되지
포대기를 덮어주고 손바닥을 포개고서
편안히 누워야지
밖에서 어린이들이 공놀이하는 것을 보고
공을 빼앗아 애달아 하는 어린이를
울리고는 좋아했었지
싱글벙글 팔을 휘저었어
아파트 동 호수를 잊고 방황하다가
겨우 낯익은 경비원에 꿰찬 열쇠꾸러미를
넘겨 문을 열어주었는데 나는 소파에
앉으면서 소파를 찾고 있었어
당신이야! 외치며 이방 저 방 찾아 헤맸지
책상 위에 덥석 누우면서 소파에 누웠는지
한참 생각해도 흰 구름만 둥둥 떠다니잖아
한잠 자고 일어나니 당신 옆에 반듯하게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소파는 어디 있었지
어제까지 나는 누구였지
누가 당신을 홀려갔을까
그러면 나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