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울렁증

인보 2014. 1. 13. 21:38
 
울렁증
호 당   2014.1.13
겉으로 멀쩡해서 물이끼 물풀을 기르고 있지만
밟으면 수렁의 늪
밟히지 않으면 편안하지
연못의 잔잔한 물결은 아주 양호
바다 파도 부두를 찰싹찰싹 때리는 것쯤은 좋아
그저 그렇게 가만히 두는 것이 좋고
같은 반의 무리 속에 있는지 없는지 들어내어
보이고 싶지 않지만 
내보이고 싶은 그림이 없어서 아니라
심장이 쿵쿵 울리는 소리 들킬까 봐 조심하는 것이지
어쩌다 지명 당하면 풍랑주의보에 이어 폭풍
주의보가 발령되지
어눌한 말에 불협화음이, 그것도 자주 정전되고 
붉은 망토 쓰고 우왕좌왕
인파가 출렁거려도 파도타기를 잘해서 대중 앞에서
말랑말랑한 낱말 풀풀 날리면 박수받는 그런 
배포가 부럽다
수렁을 채워 미끈한 나무가 자라 앵무새 꾀꼬리
집 지을 수 없는가
사시나무 밀림에서 아무 죄 없는데 점 찍히면 떨지 말고
폭풍에도 울렁증 없이 버티는 튼튼한 나무로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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