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가위에 눌리다

인보 2014. 4. 24. 22:23

 
*가위눌리다
 호 당  2014.4.24
거실에서 햇볕은 깊숙이 자궁까지 숨어들어 
갑자기 아랫배가 요동했다
누구냐 무례한 놈아 
늙은 녀석이 껄껄 웃는다
아가씨 혼곤한 수면에 빠졌군요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으니 안심해요
대기업 입사 안내장을 획 던지고 사라졌다
내 몸수색은 헛수고 아랫배는 이상 없음
비둘기도 엽서 한 장 놓고 간다
오늘 복된 날인가 봐 
도서관의 서가는 내 지문 캐려면 어디라도 나온다 
면접은 수차례 제2 관문에서 낙엽 지고 나는
도서관에서 살아야 했다
눈과 눈이 마주칠 때 내 정기를 보내야지
그것이 안 되니 말이다
입사시험 치르려 발걸음 멈춘 중간에서 
로또 복권 사라는 아주머니에게 인연이라는 
단어가 귀에 솔깃했다 
시험장에서 수렁에 빠져 자맥질하면 답이 쏟아지고 
이것이 오늘의 운세인가 봐
고사장을 나오니 내 이름이 들린다
근엄한 표정의 남자, 아가씨 시험 잘 봤더군 
면접은 생략이야 합격증이 도착할 때까지
경거망동하지 말라
로또복권 기다리는 마음 졸리는데 
야, 낮잠은 뭐고, 개으름 피운다는 
엄마의 소리에 
엄마 내 입사했어, 대기업에
봉창 두드리나 
햇볕은 저 멀리 떠났고 나는 몽상에 젖다가 
그만 가위눌려 희망의 꿈에 잠시나마 즐거웠다.
* 잠자는 사람을 누른다는 귀신

'자작글-0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5분 동안의 희열  (0) 2014.04.29
여유  (0) 2014.04.25
엘리베이터  (0) 2014.04.24
헛소문  (0) 2014.04.24
봄을 따라가다  (0) 2014.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