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장독이 모여 바글거린다

인보 2014. 6. 10. 17:54

 

      장독이 모여 바글거린다 호 당 2014.6.10 순창 넓은 뜰에는 갓 시집 온 배불뚝이 장독이 모여 식곤증에 꾸벅꾸벅 졸고 묵은 장독끼리 숙성의 깊이에서 바글거린다 그 많은 짠 시간을 담고 가슴 쓰리도록 배밀이 하는 것은 삭지 않은 짓무른 콩과 소금을 안고 있기 때문 숙성은 마음 비우고 신선한 맛을 불러오기 위한 수련쯤으로 알고 있어 오래 기다리는 자만이 인자한 맛으로 익는 거야 맵다는 청양고추도 짠 시간에는 그만 누그러지고 제 속마음을 털어내어 달짝지근한 시간을 나누었다 날카로운 빨대를 자랑하는 쉬파리도 질벽을 뚫을 수 없지 질그릇의 묘한 공기 순환이 배를 불뚝하게 채웠어도 소화는 거뜬히 치러 맛깔스러운 된장이 누런 시간으로 숙성을 완료하고 장독 저들끼리 사발통문 돌리느라 분주하다 넓은 뜰에 배불뚝이 장독들이 수련을 마친 뒷이야기로 바글거린다.

'자작글-0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청 병문안  (0) 2014.06.11
참새 떼 일과 끝마당  (0) 2014.06.11
하지정맥의 발호  (0) 2014.06.10
평탄한 길을 찾아요  (0) 2014.06.09
영면했다  (0) 2014.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