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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떼 일과 끝마당
호 당 2014.6.11
뽕나무의 넓은 잎이 한여름에 폭 저린 하루가 생기 차릴 저녁
오디를 익히기에 생의 밑뿌리는 고달픈 일과는 벌써 마쳤었지
지금은 편히 쉬어야 할 때를 참새 떼의 놀이터로 제공해야 한다
멍석을 깔고 마당에서 시원한 국수로 저녁 식사를 때울 무렵
바로 근처 뽕나무밭에서 즐거운 새들의 잔치가 벌어진다
어디서 더운 하루를 끝내고 모여든 참새는 뽕나무에서 새의
호텔도 광장도 없지만, 일제히 하루를 마감하는 그들의 흥겨운
한마당
각지에서 제 무게로 짊어지고 여기 잠시 내려놓고 흥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잔치, 저들끼리 삶의 애환도 즐거움도
뱉어내면 즐거운 낙원의 장이 된다
제멋대로 뱉어낸 소릿결이 화음도 리듬도 다 무시하고 오직
즐거운 깃털만 세운다든가 탭덴스, 종종 뜀뛰기 등 몸짓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음질을 쏟고, 간혹 잊어버린 깃털이 지상에서
뒹굴고 제 흥에 겨워하다 무게를 줄이려는 배설은 필수가 된다
이때 밤의 제왕 새매가 떴다 하면 일제히 등화관제에 앰프와
마이크를 끄고 암흑만 두르고는 최대한 낮은 자세
바람은 더위를 말아가고 새들의 잔치도 끝날 무렵이면 뽕나무
가지마다 참새들의 온기로 베이고 간혹 새의 부리로 뱉어낸
악보 나부랭이도 떨군다
대장의 신호로 일제히 비늘 조각 흩날리고는 각기 잠자리로
찾아드는 참새들 잔치의 뒤끝은 여름밤을 짙게 짓누르고
조용해진다
농부의 여름밤도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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