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육이 생태보고서
호 당 2014.6.11
겉모습만 보고 예쁘다 덥석 끌어안아 보아라
고분고분 안기는 이 없을 걸
꽃집에 들렀다, 예쁜 꽃이 내 꽃이 되려면
그만큼 마음을 주고 카드를 긁고서부터다
화초로 데려와 다육이라 물만 먹고 사는
*독립 영양인간과 같다하여 인색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물벼락이라도 내리듯
웅덩이에 덤벙 빠뜨리는 일은
숨구멍으로 고름을 키우는 일이다
맑은 하늘, 강한 햇볕, 시원한 바람 쐬면서
맘껏 숨 쉬게 하는 것이 위하는 길이다
물도, 맛있는 밥도, 반찬도, 필요 없는
메마른 시간을 좋아한다
알고 보면 게으른 남편과 안성맞춤이다
선심이라도 뿌리고 싶은 그가 메마른 시간을 흠뻑
적시는 것은 몰상식이 수렁에 빠트려 부패의 늪을
헤매게 한다
한 수 어긋나면 삐뚤어져 비탈길에서 넘어진다
꽃 며느리로 삼으려면 곱게 다루고 야단이나
큰소리로 명령도 안된다
용상에 앉히려는 마음 없으면 그만 두는 것이 낫지
더워도 그늘진 숲 속은 더욱 마다하고 고운 얼굴에
흑 반점 찍어주는 꼴
햇볕에 얼굴 타버린다, 아니거든
자외선 차단 크림은 싫어, 선심 쓴다하여
듬뿍 생수 콸콸 공급하면 단번에 호흡곤란에
기도가 막힌다
꽃 색시 성정을 알아야 사랑을 받는다.
*문혜진 검은표범 여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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