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햇솜이불

인보 2014. 6. 21. 12:10

      햇솜 이불

      호 당 201.6.20

      신혼의 출발 햇솜 이불이 선망의 눈동자였던 것이
      세월은 더 멋진 이불을 생산해 놓았어도 햇솜 이불은
      묵은 햇수에 쌓여 그냥 솜이불이되어 사랑으로 꼭꼭 다졌다

      부부의 알몸을 숨기고 급박한 호흡을 가리고
      포근한 시간을 익혀 새 생명을 잉태한 고품격의
      반열에 앉힐 소중한 이불
      여기 아늑한 질감에 눌리어 사랑을 익혀주던 이불이
      알뜰히 끌어 덥던 차가운 시간, 부끄러움도 잊고
      훌훌 걷어차 내는 더운 시간이 서로 냉온이 번갈아
      찾아들어도 사랑엔 변함이 없어

      환한 한세대 뒤진 이불의 내력
      오리털 거위털 이불 가볍고 보드라운 촉감
      보온의 능력에 선호하여 세대교체 하지만
      인생 첫출발로 사랑이 밴 것을 우리는 고집한다
      고이 간직한 솜이불을 햇볕에 널어놓으면 당신과의
      시고 달고 맵고 지린 언어 부스러기가 풀풀 날아
      내 가슴을 칭칭 감는 것 같아

      무작정 버리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사랑이 고스란히 밴 솜이불인데 솜 집만 거치면
      거뜬히 재생할 것을
      보온과 푹신한 촉감 질감이 복원되었어
      신혼의 시발점으로 회귀하고 싶은 마음
      햇솜 이불에 자부심을 느끼며 노을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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