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지키기 호 당 2014.6.18
땀범벅이 돼도 남들 떠난 여름휴가를
넌들 묶여 있을 수 없어
들뜬 마음으로 떠난 자식들
남은 빈터는 떨어뜨린 말 이삭과 손자 재롱의
그림자가 얼른거려도 나는 집 지키는 것이 좋아
내가 쓰일 곳이 있다는 것
길가 구르는 돌멩이도 필요한 사람이 있어
지금까지 책장에 꽂힌 한 권의 책이 장식을 지나
먼지만 쓰고 있었어
넓은 방 거실을 훑어 사랑을 쓸어 모으면
오장 육부에 피돌기가 원활해질 거야
흘러간 시간을 불러 모으면
나도 아름다운 시간이 있었지
한때 학교 지킴이 되려 주먹을 내밀었더니
늙어서 안 된다고 퇴짜 놓는다
알았다 늙은 사냥개는 젊은 똥개보다
못함을, 알았다,
낙엽의 비애가 우수수 떨어진다
어차피 젊은이 세상에 늙은이는 덤으로
태워 사는데
늙어도 썩지 않는 의자가 되려면 닦고 문지르고
반들거려봐 젊은 아가씨도 앉아보려 한다
새로움에 도전하고자 한다
빈집도 지키는 것은 허수아비를 지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잠자는 책을 깨우고 빈집의 주인이 되어
내로라 늙음을 호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