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고드랫돌 넘어간다

호당의 작품들 2014. 6. 23. 17:28


고드랫돌이 넘어간다
호 당   2014.6.23
세간에는 공짜를 좋아하는 이는 
쉽게 마음 한구석 채우려는 짓
양잿물도 큰 것 잡으려는 것은 
욕심 때문일 거야
활짝 핀 꽃 보고 벌이 모였어도 
꿀은 맘껏 따 가도 얌체 짓은 안 해
고드랫돌 넘겨주고 넘겨받고 
정을 싣고 들락거린다
무겁게 넘기고 가볍게 받지는 않아
아직 힘 부치지 않는데 넘겨야 해
거뜬히 산등성을 넘어 등짐을 
부려 내려놓을 수 있거든
되로 주고 말로 받으려 하지 않아
찬 눈바람 불어 사지가 굳어지거나
냇물이 얼어붙지 않는 한 
해맑은 정신으로 받은 마음의 
무게가 식기 전에 넘긴다
급유탱크를 꽉 채워 주는 거야
어둑어둑한 귀는 소리마저 흐릿하고
꼬르륵 배꼽시계가 점점 느려지면 
정 흠뻑 지고도 넘기지 못한다
부지런히 넘겨주고 받고 강물이 흘러
끝점 다다르기 전에 펼친 자리 한 잎 
마무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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