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깜박 조는 등대. 호당. 2020.4.2
파도가 조용하든 폭풍 내리치든
풍랑이 해변을 치든 한결같이 존다
사방을 주시하고 뱃길 안내하는
희망의 등불이 존다면
보초병이 망대에 횃불 켜놓고 잠자는 꼴
봉화 한 뭉치만 쳐들어 보였으니
최소한 할 일 하잖아
그 이상 강요하는 것 법에 어긋나
다음은 알아서 할 일
너무 태만하다 느낀 파도가 크게 몰려와서
따귀 후려쳐 그만 고꾸라지는 듯
태연하게 싱긋 웃으며
상급조합에 알릴 수 있어
뭐 그렇게 노여워하지 말라
없었던 일로 친다
태풍을 맞아 갈매기 비틀거리며 간신히
등대 어깨 앉아 안도하는 동안
내 없는 것보다 낫지
폭풍에 높은 파도일수록 더 멀리
마음 뻗어야 할 텐데
흐릿한 몸짓 정기 잃은 눈동자
고운 아가씨 옆에 두고도
말 한마디 걸지 못하는 멍청한 짓
못된 버릇 고칠 날만 기다렸다
그날도 졸고 있는데 칠흑 같은 어둠
천둥벼락이 턱밑에 내리쳤다
그만 고꾸라져 쓰러진 듯 정전된 듯
잠시 툭툭 털고 일어나 초롱초롱한 눈빛
더 멀리 제 몸값 배로 발휘했다
버릇 고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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