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깜박깜박 조는 등대

인보 2020. 4. 2. 17:16
    
    

        깜박깜박 조는 등대. 호당. 2020.4.2 파도가 조용하든 폭풍 내리치든 풍랑이 해변을 치든 한결같이 존다 사방을 주시하고 뱃길 안내하는 희망의 등불이 존다면 보초병이 망대에 횃불 켜놓고 잠자는 꼴 봉화 한 뭉치만 쳐들어 보였으니 최소한 할 일 하잖아 그 이상 강요하는 것 법에 어긋나 다음은 알아서 할 일 너무 태만하다 느낀 파도가 크게 몰려와서 따귀 후려쳐 그만 고꾸라지는 듯 태연하게 싱긋 웃으며 상급조합에 알릴 수 있어 뭐 그렇게 노여워하지 말라 없었던 일로 친다 태풍을 맞아 갈매기 비틀거리며 간신히 등대 어깨 앉아 안도하는 동안 내 없는 것보다 낫지 폭풍에 높은 파도일수록 더 멀리 마음 뻗어야 할 텐데 흐릿한 몸짓 정기 잃은 눈동자 고운 아가씨 옆에 두고도 말 한마디 걸지 못하는 멍청한 짓 못된 버릇 고칠 날만 기다렸다 그날도 졸고 있는데 칠흑 같은 어둠 천둥벼락이 턱밑에 내리쳤다 그만 고꾸라져 쓰러진 듯 정전된 듯 잠시 툭툭 털고 일어나 초롱초롱한 눈빛 더 멀리 제 몸값 배로 발휘했다 버릇 고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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