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장마처럼

인보 2020. 8. 8. 15:17


 장마처럼  /호당.2020.8.8
봄날이 후둑후둑 지나간들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장마가 시작할 때 반기는 소리가
끝내 원성과 곡성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서도 안된다
원성은 내 잘못의 일부를 부르짖는 
자학이다
단단한 콘크리트 벽이 장마에 쓰러졌다
봐라, 네가 빈둥빈둥한 결과가 아니냐 
절벽을 뛰어내릴 듯한 기백으로 버텨봤느냐
옹벽을 무너뜨릴 그런 힘 쏟아 봤더냐
숲을 이룬 뿌리들 잠시 손 놓아 
우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서로 부둥켜안고 단단히 맹세하며 
마음 놓지 말자 했잖아 
시간이 흐를수록 허튼 마음이 스며들어 
엮인 뿌리들이 그만 놓고 마음도 느슨했을 때 
재앙을 얻은 것이다
그래도 너는 빈둥거릴 텐가 
세찬 빗줄기와 세찬 바람에 대항할 수 있는
튼튼한 강둑은 네 뚝심이다
긴 장마처럼 작당 부리지 말고 
고운 심성으로 대항할 기백을 가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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