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난 감자 /호당.2020.8.8
내 마음 맘껏 펼치고 자라던 마을은
우리 일족으로 서로 겨루면서 몸을 키웠다
어릴 때 홀라당 벗고 서로 바라보며
깔깔거리기도 했던 시절 꿈같이 지나
어엿한 처녀의 몸으로 꿈도 많았지
어정어정 세월은 지나 햇볕도 더는
너희에 기는 필요 없다 선언하자
내 모체는 시들시들 힘을 잃고
주인이 뾰족한 호미 끝으로
달려들잖니
왜 나만 상처를 입혀놓았단 말인가
진물이 흘러도 본척만척해 밉다
다행히 내 대를 이을 움푹한 곳에
내 정기의 전부를 모였으니 공들이면
내 한 몸 죽어도 내 대를 이을 수 있어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몸이 바쳐 지킬 거야
생명은 대를 잇는다는 명제를 잊을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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